그린란드 바이킹은 추워서 죽은 것이 아니다.

 

호모 클리마투스.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왔다.

 

기후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26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늘 인류가 직면해온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다. 기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생존과 직결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같은 기후환경에서도 살아남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고 실패한 사례가 있다.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소빙하기 동안 유럽에는 겨울철 평균기온이 약 2℃ 낮은 추운 기후가 지속되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바이킹은 10세기경 그린란드로 진출하여 정착했다. 그들은 목초지에서 가축을 사육하고 바다표범을 사냥했으며, 유럽의 엘리트들에게 바다코끼리의 상아와 가죽을 팔면서 작은 무역경제를 발전시켰다. 소빙하기가 시작되자 목초지는 줄고 사냥감은 감소했다. 소빙하기는 그린란드 바이킹의 생계를 서서히 잠식했다. 15세기 후반에 이르자 그린란드 바이킹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5세기에 걸친 짧은 역사는 끝이 났다.

 

그린란드 바이킹의 종말이 혹독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결론짓기에 앞서 반드시 살펴봐야할 사례가 있다. 동시대 그린란드에서 살아남은 이누이트, 흔히 에스키모라 칭하는 이들이다. 이누이트는 환경이 척박해지자 그린란드의 더 많은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다녔고 결과적으로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그린란드 바이킹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 목초지가 줄어드는데도 가축사육에 의존한 생계를 고집했고, 바다코끼리가 감소하는데도 다른 수산자원을 활용하려들지 않았으며, 사회적 기반 약화를 우려한 부족의 지도층은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기보다 원래 살던 곳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다. 기독교인이었던 바이킹은 그린란드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이누이트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소빙하기 그린란드 바이킹과 이누이트의 운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상당하다.

 

인류의 산업활동으로 지난 133년(1880~2012년)간 지구평균기온이 0.85℃ 올랐다.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을 초래해 2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전 세계 평균 해수면 높이가 74.8㎜ 상승했다. 2040년이면 북극에는 빙하 없는 여름이 온다는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폭우, 폭한 등 이상기후현상은 더욱 빈발하고 점점 더 강력한 피해를 주고 있다. 기후변화는 금세기 인류의 가장 큰 도전임에 분명하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련하여 해수면이 얼만큼 상승하는지, 북극의 빙하가 얼만큼 녹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 자연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연구자료와 데이터는 많다. 여기서 핵심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식수와 식량난, 주거와 인프라 문제, 물가상승과 소비양식의 변화,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과 지역갈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린란드 바이킹은 추워서 죽은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여 사회가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문화적 적응의 실패다. 기후변화 대응은 사회문화적 역동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바탕한다. 기후와 사회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기후변화의 '더블 임팩트'

 

2005년 미국 남동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수천여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냈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빈곤계층의 흑인이었고 사후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은 미국 사회에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은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카트리나 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버림받았다”고 논평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카트리나는 수습과정에서 정치적 무기력과 인종차별, 대물림된 빈곤 문제가 증폭제로 작용하여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이 입힌 상처만큼이나 깊은 정치·사회적 상처를 남겼다. 기후변화의 ‘더블 임팩트’다.

 

기후변화는 적응력의 정도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다르게 나타나며, 이런 ‘상대성’은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잠재적 사회갈등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슈퍼태풍, 폭염, 폭한 등 이상기후 현상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갈등, 정보접근성에 따른 인식격차와 사회적 소외,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문제, 폭력과 치안의 문제 등 기후변화가 사회이슈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더위, 추위가 초래하는 직접적 피해에 있다기보다 더위와 추위가 자극하는 사회 분열과 갈등의 극대화다.

 

기후사회연구의 연구주제와 대상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기후변화를 비단 현재 혹은 미래 발생할 사회현상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기후와 사회의 인과적 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기후변화와 사회변화는 동시적으로 발생한다’는 관점에서 경계 없이 외연을 확장하는 기후와 사회의 역동적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눈사태의 위험에도 이주를 거부한 안데스 고산마을의 속사정

 

지구온난화로 인해 안데스 산지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페루의 고산지대 마을들은 심각한 눈사태의 위험에 처해있다. 그 중 1970년 안데스 산지에 발생한 리히터 7.7 규모의 지진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눈사태로 기록된다. 고산마을인 Yungay는 이 눈사태로 1만 5천명이 넘는 주민을 잃었다. 사후 페루 정부는 Yungay에서 눈사태의 위험을 평가해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생존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자 했다. 의아하게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지역사회의 반대로 실패하고 만다. Yungay 마을이 생존을 위협하는 눈사태보다 더 두려워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당시 정부는 평등주의적 비전에 입각해 모든 Yungay 주민에게 똑같은 구호물자를 제공했고 평등주의적 복구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Yungay 엘리트층의 반발을 가져왔다. 정치·사회적 지위의 상실과 경제적 안정성의 위기, 문화신념체계의 혼란을 우려한 마을 지도층은 정부 이주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쳤다.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주를 거부한 지역사회의 결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만큼 사회문화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완벽해 보이는 정책도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오랜 사회문화적 질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관한 사회적 문제’(The Social Dimensions of Climate Change)라는 보고서에서 보건, 식량안보, 고용, 소득, 성평등, 교육, 주거, 빈곤 등 이슈분야별 기후변화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기후변화 정책은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주로 다뤄져왔다면, 이제는 인문사회적인 견지에서 보다 통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세워진 정책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면 ‘코끼리 다리’만 보인다

 

기후사회연구는 기후변화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도와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고 실현되는 정책적 기저를 유연하게 한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안타깝게도 해가 갈수록 중도 탈락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을 연구해온 서울연구원은 마을 주민들 간에 그리고 주민과 기업 간에 상호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울시가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을 구상할 때, 에너지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참고할 만한 풍부한 연구자료가 있었다면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가까운 미래에는 에너지자립마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에너지와 먹거리를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통합관리하는 자원공동체가 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런 커뮤니티는 자원공유를 통해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 간 사회·환경·경제적 가치공유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 자원공동체는 사람들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관계의 방식과 기능에까지 관여하며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자치권 강화, 민주주의적 합의에 기반한 개인 자율성의 신장, 초연결사회의 감시기능의 확대, 공유재산의 소유권 및 이익 분배에 대한 갈등의 확산, 지역 이기주의와 불평등의 심화, 중앙정부의 역할과 거버넌스의 재편 등 자원공동체 마을이 도래하기 전 고민해야 할 이슈는 산재해있다.

 

기후사회연구는 기후와 사회의 역동적 관계에 주목하며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기후사회 이슈에 대한 우리사회의 문제의식을 깨우고 문제해결 역량을 함양하는데 기여한다.

 

국내 최초의 기후사회문제 전문 비영리 연구소

인문사회학적 견지에서 기후변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미흡하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유럽에서도 ‘기후난민’, ‘기후정의’ 이슈 정도만 소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사회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회 이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연구소이다. 기후사회연구소는 국내외 관련 연구동향을 분석하고 주요 연구결과를 국내에 소개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과 협력하여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기후사회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를 심화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린란드 바이킹은 추워서 죽은 것이 아니다.

호모 클리마투스.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왔다.

 

기후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26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늘 인류가 직면해온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다. 기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생존과 직결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같은 기후환경에서도 살아남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고 실패한 사례가 있다.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소빙하기 동안 유럽에는 겨울철 평균기온이 약 2℃ 낮은 추운 기후가 지속되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바이킹은 10세기경 그린란드로 진출하여 정착했다. 그들은 목초지에서 가축을 사육하고 바다표범을 사냥했으며, 유럽의 엘리트들에게 바다코끼리의 상아와 가죽을 팔면서 작은 무역경제를 발전시켰다. 소빙하기가 시작되자 목초지는 줄고 사냥감은 감소했다. 소빙하기는 그린란드 바이킹의 생계를 서서히 잠식했다. 15세기 후반에 이르자 그린란드 바이킹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5세기에 걸친 짧은 역사는 끝이 났다.

 

그린란드 바이킹의 종말이 혹독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결론짓기에 앞서 반드시 살펴봐야할 사례가 있다. 동시대 그린란드에서 살아남은 이누이트, 흔히 에스키모라 칭하는 이들이다. 이누이트는 환경이 척박해지자 그린란드의 더 많은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다녔고 결과적으로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그린란드 바이킹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 목초지가 줄어드는데도 가축사육에 의존한 생계를 고집했고, 바다코끼리가 감소하는데도 다른 수산자원을 활용하려들지 않았으며, 사회적 기반 약화를 우려한 부족의 지도층은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기보다 원래 살던 곳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다. 기독교인이었던 바이킹은 그린란드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이누이트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소빙하기 그린란드 바이킹과 이누이트의 운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상당하다.

 

인류의 산업활동으로 지난 133년(1880~2012년)간 지구평균기온이 0.85℃ 올랐다.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을 초래해 2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전 세계 평균 해수면 높이가 74.8㎜ 상승했다. 2040년이면 북극에는 빙하 없는 여름이 온다는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폭우, 폭한 등 이상기후현상은 더욱 빈발하고 점점 더 강력한 피해를 주고 있다. 기후변화는 금세기 인류의 가장 큰 도전임에 분명하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련하여 해수면이 얼만큼 상승하는지, 북극의 빙하가 얼만큼 녹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 자연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연구자료와 데이터는 많다. 여기서 핵심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식수와 식량난, 주거와 인프라 문제, 물가상승과 소비양식의 변화,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과 지역갈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린란드 바이킹은 추워서 죽은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여 사회가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문화적 적응의 실패다. 기후변화 대응은 사회문화적 역동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바탕한다. 기후와 사회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기후변화의 '더블 임팩트'

2005년 미국 남동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수천여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냈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빈곤계층의 흑인이었고 사후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은 미국 사회에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은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카트리나 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버림받았다”고 논평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카트리나는 수습과정에서 정치적 무기력과 인종차별, 대물림된 빈곤 문제가 증폭제로 작용하여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이 입힌 상처만큼이나 깊은 정치·사회적 상처를 남겼다. 기후변화의 ‘더블 임팩트’다.

 

기후변화는 적응력의 정도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다르게 나타나며, 이런 ‘상대성’은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잠재적 사회갈등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슈퍼태풍, 폭염, 폭한 등 이상기후 현상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갈등, 정보접근성에 따른 인식격차와 사회적 소외,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문제, 폭력과 치안의 문제 등 기후변화가 사회이슈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더위, 추위가 초래하는 직접적 피해에 있다기보다 더위와 추위가 자극하는 사회 분열과 갈등의 극대화다.

 

기후사회연구의 연구주제와 대상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기후변화를 비단 현재 혹은 미래 발생할 사회현상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기후와 사회의 인과적 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기후변화와 사회변화는 동시적으로 발생한다’는 관점에서 경계 없이 외연을 확장하는 기후와 사회의 역동적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눈사태의 위험에도 이주를 거부한 안데스 고산마을의 속사정

지구온난화로 인해 안데스 산지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페루의 고산지대 마을들은 심각한 눈사태의 위험에 처해있다. 그 중 1970년 안데스 산지에 발생한 리히터 7.7 규모의 지진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눈사태로 기록된다. 고산마을인 Yungay는 이 눈사태로 1만 5천명이 넘는 주민을 잃었다. 사후 페루 정부는 Yungay에서 눈사태의 위험을 평가해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생존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자 했다. 의아하게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지역사회의 반대로 실패하고 만다. Yungay 마을이 생존을 위협하는 눈사태보다 더 두려워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당시 정부는 평등주의적 비전에 입각해 모든 Yungay 주민에게 똑같은 구호물자를 제공했고 평등주의적 복구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Yungay 엘리트층의 반발을 가져왔다. 정치·사회적 지위의 상실과 경제적 안정성의 위기, 문화신념체계의 혼란을 우려한 마을 지도층은 정부 이주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쳤다.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주를 거부한 지역사회의 결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만큼 사회문화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완벽해 보이는 정책도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오랜 사회문화적 질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관한 사회적 문제’(The Social Dimensions of Climate Change)라는 보고서에서 보건, 식량안보, 고용, 소득, 성평등, 교육, 주거, 빈곤 등 이슈분야별 기후변화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기후변화 정책은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주로 다뤄져왔다면, 이제는 인문사회적인 견지에서 보다 통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세워진 정책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면 ‘코끼리 다리’만 보인다

기후사회연구는 기후변화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도와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고 실현되는 정책적 기저를 유연하게 한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안타깝게도 해가 갈수록 중도 탈락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을 연구해온 서울연구원은 마을 주민들 간에 그리고 주민과 기업 간에 상호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울시가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을 구상할 때, 에너지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참고할 만한 풍부한 연구자료가 있었다면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가까운 미래에는 에너지자립마을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에너지와 먹거리를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통합관리하는 자원공동체가 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런 커뮤니티는 자원공유를 통해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 간 사회·환경·경제적 가치공유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 자원공동체는 사람들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관계의 방식과 기능에까지 관여하며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자치권 강화, 민주주의적 합의에 기반한 개인 자율성의 신장, 초연결사회의 감시기능의 확대, 공유재산의 소유권 및 이익 분배에 대한 갈등의 확산, 지역 이기주의와 불평등의 심화, 중앙정부의 역할과 거버넌스의 재편 등 자원공동체 마을이 도래하기 전 고민해야 할 이슈는 산재해있다.

 

기후사회연구는 기후와 사회의 역동적 관계에 주목하며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기후사회 이슈에 대한 우리사회의 문제의식을 깨우고 문제해결 역량을 함양하는데 기여한다.

 

국내 최초의 기후사회문제 전문 비영리 연구소

인문사회학적 견지에서 기후변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미흡하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유럽에서도 ‘기후난민’, ‘기후정의’ 이슈 정도만 소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사회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회 이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연구소이다. 기후사회연구소는 국내외 관련 연구동향을 분석하고 주요 연구결과를 국내에 소개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과 협력하여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기후사회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를 심화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