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휴먼웨어’ 중심의 공동체 디자인이 중요해”

인터뷰 · 2020/02/28

Interview Partner

이자원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교수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공유 자전거 분석과 공유 도시 실천 가능성

국토지리학회지 제53권 4호, 2019 (50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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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사회연구소가 이달에 만난 연구자는 이자원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다. 이자원 교수는 대학교에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하고 ‘정보의 지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정보의 지리학은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ICT 환경에서 공간체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자원 교수는 한국과 미국에서 지리학적 관점에서 도시환경, 도시계획과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Q 최근에 따릉이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공유도시의 가능성을 연구했는데, 연구가 아주 흥미롭다. ‘빅데이터’, ‘공유도시’, ‘기후변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

A 세계적으로 공유를 통해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공유경제 대안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그런 변화 속에 서울시는 2015년부터 공유자전거를 운영해오고 있다.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빅데이터 캠퍼스를 개방하여 연구자들의 활용을 돕고 있다. 서울시의 따릉이에 관련된 빅데이터는 공유자전거의 사용구간, 거리, 사용시간, 사용자 연령 등 거의 모든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이런 정보는 누가 어떻게 정리해서 쓰느냐에 따라 의미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없었을 때는 설문조사 등으로 사회과학의 정보수집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예측과 추론에 기반하여 가능성이나 확률에 의존해야 하는 제한이 따르는데, 빅데이터는 전수에 기반한 정보기 때문에, 실질적인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서울시민이 공유 자전거를 통해 도시의 교통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후반부터 있었지만, 경제가 지니고 있는 매우 경합적이고 사적인 본질에서 실천적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수단을 여럿이 함께 쓰고 비어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전략은 자원의 절약과 대체의 의미에서 실현 가능한 전략이 되었다. 도시 공간의 공유가 지리학은 물론 환경, 건축, 경제에서 관심을 집중받는 이유이다. 자전거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환경 부담을 저감하고 건강을 증진한다는 차원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도시공간의 공공성에 대한 전략이라 할 수 있는 공유도시를 실현하는데 공유자전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공유도시가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 등 도시환경 개선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했다.

Q 연구에 따르면 따릉이가 한강 근처, 주말에 사용량이 집중돼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렇다면 따릉이 같은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실질적으로 공유도시를 실현하는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인가?

A 자가용 이용에 따른 배기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이 이 대도시, 중소도시, 비도시 지역 중 어디가 심각할 것 같나? 흔히 대도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자가용 승용차의 운행 거리가 더 길고 그럼으로써 환경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은 교외화 현상으로 생겨난 대도시권 교외 지역의 중소도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잘 돼 있기 때문에 굳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권 거주자들은 자가용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자가용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고 광역철도, 광역버스가 확장된 것이다.

도시 안에서도 또 사용패턴이 다르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에게도 자가용은 매우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다. 미세먼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에서 승용차 짝수 홀수, 혹은 요일별 사용이 장려되고 있지만,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아이들을 이송해야 하는 사람들의 자가용 승용차의 사용을 제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자전거는 어쩌면 이러한 문제의 일부를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자전거 사용을 장려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서울은 1960년대 복구되면서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로 구축되었고, 산업증대를 위한 도로 중심으로 설계되어서 자전거 도로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큰 예산을 투입하여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였지만, 곳곳에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고, 더러는 택시 승차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또 오토바이 폭주 등 무질서 속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 활용자 뿐 아니라 오토바이 등 다른 교통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아울러 공공질서와 관련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인식이 먼저 제고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휴먼웨어”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라는 하드웨어보다, 이를 활용하고 보전할 수 있는 정책적 ‘소프트웨어’ 그리고 무엇보다 질서와 규율, 인간 중심의 ‘휴먼웨어’가 절실히 필요하다. 소득수준이 높고 도로가 넓고 자가용 이용률이 높은 강남에는 자전거 도로가 넓게 잘 깔려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는 따릉이 이용률이 높지 않다. 반대로 마포구, 영등포구, 종로구 등에서의 따릉이 이용률은 높은데, 이곳들의 자전거 도로 인프라 상황은 강남만큼 좋지 않다. 이런 엇박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휴먼웨어가 필요한 이유다. 따릉이를 통해 건강도시, 대중교통체계 중심의 절약형 공유도시를 기대한다면, 보행자 도로와 연계된 자전거 도로의 보호와 기타 교통수단과의 뚜렷한 구분, 실 활용자들 중심의 보급 등이 새롭게 추가되어야 한다.

Q 서울에서 공유경제, 공유도시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A 물론이다. 많은 공유도시, 공유공간 연구를 진행하는 지리학자와 도시 디자이너, 도시 계획자들은 이미 서울의 공유성에 큰 흥미를 보였다. 한국은 ‘정’에 기반하여 공유를 실천할 수 있는 정서를 지니고 있고, 후기 산업화 이후 많은 산업유산들의 방치에 따라 유휴 공간이 충분히 있다. 서울에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유경제는 경제적 본질로 인해 초기의 기대와 달리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에어비앤비, 우버 의 경우에도 일반 호텔이나 택시와 큰 차이를 말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윤추구 이전에 함께 사는 사회, 공생하기 위한 전략을 우선해야 한다. 공유도시는 기본적으로 이윤추구가 아니라 자원을 나눈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커뮤니티, 공동체 의식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미 공유를 제도화하고 있다. 가령, 전세 제도가 그것이다. 내 집을 보증금만 받고 믿고 빌려주는 거 아닌가. 외국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품앗이 정신, ‘정’ 문화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공유도시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토양을 갖춘 셈이다.

망원동에 갔을 때다. 마을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님이 정거장에 설 때마다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버스 기사님은 오랜 기간 그 지역에 거주한 지역주민이었고, 자연스레 마을버스를 운행하며 마을을 모니터링하게 되었다. 망원동 유수지는 한강 범람에 의해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다보니 개발이 안됐고 지대가 오르지 않았다. 지대가 상승하지 않는 까닭에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조금은 정체되어 있는 듯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산업화 기간을 지내왔다. 도시화에 따라 투기 혹은 분양 등에 의해 소득 인플레이션을 노리고 도시민들이 다이나믹하게 이주를 이어가는 동안, 정체된 지역에 모여 살던 주민들은 끈끈한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온 것이다. 이 지역은 도시재생,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현재에 모범적인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원을 공유하고 공간을 나누며, 이는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공유에 바탕한 공생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식 전환과 행동 실천의 뿌리이다.

Q 언젠가부터 지속가능한 도시, 스마트 도시가 단연 화두다. 공유도시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공유자전거가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대웅이나 환경개선에 기여한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유도시의 전망은 어떤가?

A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할 때 시설에 대한 규정이 있다. 예컨대 교실은 몇 개, 운동장 크기는 얼마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건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자기 운동장을 갖춘 학교가 많지 않다. 공동 시설을 대여해서 이용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공간을 양산할 필요가 없다. 관련 제도만 바꿔도 우리는 도시공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운동장 만들 장소에 도시숲을 조성하거나 텃밭을 만드는 등 도시의 기후탄력성을 제고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노는 공간자원이 얼마나 많나. 예를 들면, 교회의 경우 주중 낮 시간대에는 이용이 적을 테고, 박물관의 경우에는 공휴일, 주말에 비어 있다. 만약 박물관 공간을 신진 예술가들이 전시회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에 대여해준다면 단순히 공간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유도시는 기후탄력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디자인”, “사회적 형평성”, “복지”는 공유도시의 3가지 비전이다.

Q 도시는 자원소비 측면에서도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도시공간은 한정된 자원이다. 그래서 도시공간의 효율적 사용이 중요한데, 문제는 공간자원을 소수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소수가 공유경제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거라면, 공유경제가 또 다른 방식으로 양극화를 심화하는 셈인데, 공유도시에서의 양극화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A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개발업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불모지의 부동산을 개발해서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고 빠지는 트럼프식 개발방식은 점점 인기가 없어져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됐는데, 2008년 미국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허드슨 강 유역 개발을 계기로 기사회생했다. 그때 트럼프가 기회를 다시 잡기 위해 들고나온 카드가 바로 개발이익의 5%를 지역사회에 돌려준다는 ‘5% 서비스 패키지’ 개념이었다. 개발이익환수제는 도시개발 이후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필수적이다.

Q 모빌리티 외 자원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미래 공유도시의 공유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또 있나?

A 예를 들면, 대학 캠퍼스를 오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웨딩홀이 얼마나 많나. 그렇게 많은 웨딩홀이 필요할까. 그리고 결혼하는 사람들은 화장, 드레스에만도 수십,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그렇게 낼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면 좋지 않나. 그래서 대학 캠퍼스를 웨딩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또 대학에서 미용이나 의류를 전공한 학생들이 메이크업, 드레스를 담당하도록 하면 일종의 산학연계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다. 대학은 반드시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사실 창업센터를 만들어서 기업과 협력할 생각만 하는데,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하버드대학교가 있는 케임브리지시 주민들도 처음에는 대학교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시끄럽기만 하고 지역사회와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교에서는 건물을 하나 지어서 지역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축제 때도 초청을 하는 등 지역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 지금은 이르렀다고 한다.

Q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향후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A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난방재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한 공동체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지역사회 참여도나 재난대응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주여성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같은 이주민이라도 남성은 대부분 직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성보다 한국어 구사력이 뛰어나다. 한국어를 못하는 이주여성과 그렇지 않은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간단한 약도를 그리는 실험을 했었는데 결과가 참 흥미로웠다. 말을 못하는 여성들은 약도를 그려도 자기 집 마당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에 말을 잘하는 여성들의 약도에는 남산도 있고 시청도 있고 반경이 훨씬 넓고 자세하다. 설사 틀린 정보라 하더라도 말이다. 재난대응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나 이주여성들처럼 문자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은 이런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부가 중심이 돼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대상에 대한 데이터 구축이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액세스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이 사람들을 어디로 대피시킬 것인가이다. 이런 기본적인 방향을 고려한 재난대응을 위한 공동체 디자인은 기후변화 시대에 대단히 중요하다.

 

 

정리 :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 소장

* 상기 내용은 인터뷰 파트너의 개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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